2025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합격자
안녕하세요. 한예종 영화과 25학번 합격생입니다.
한예종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올해 5월경이었습니다.
연출을 전공했고, 감독이 꿈이었지만 영화 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진 건
그 즈음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우연히 마주한 영화인과의 대화에서 ‘Epiphany’를 경험하고
한국에 돌아와 무엇을 해야 할지 물음을 품고, 파묻고 보냈습니다.
그때 제가 본 영화과의 자료들, 특히 누가 정제한 듯 독특하게 보인 한예종 합격 후기를 보고
예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목표가 생긴 뒤로는 그 누구보다 정보가 절실했습니다.
여러 교육 플랫폼을 살피다 레슨포케이아트연극영화학원에 왔습니다.
그 발견의 타당함엔 확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과 입시는 여타 입시들보다 특수한 점이 있습니다.
모든 입시가 그렇겠지만, 예술, 특히 글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는 영화과 특성상
나를 마음껏 입증하지 않으면 길을 잃습니다. 저 또한 공부와 입시 준비보다는 나를 알아가는 일이
고등학교, 입시 준비와 자소서를 준비할 때 매일 울었습니다.
전문사 선생님들께도 끝내 자소서를 보여 드리지 못했고 당시 제 자신을 알지 못해
서류를 탈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제게 필수불가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입시를 준비할 때에는 정보도 절실했던 마음을 알기에
몇 가지 팁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오로지 한예종만 준비했기에 그런 분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종은 개인의 개성을 더 많이 보는 학교 같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글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솜씨가 좀 떨어져도, 대단한 생각이어야 된다는 생각으로 글로 펼칠 줄 아는 것,
재미있고 개성 있게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살짝 범접 많지만 글은 경쟁력 있습니다. 그러하여 피드백을 수용할 것은 수용하되
내 생각을 관철하고, 끊임없이 나만의 예술, 예감, 그리고 내가 해 나갈 이야기와 함께
꾸준히 정리해 나가는 것, 그것이 제가 유익하게 드릴 수 있는 글쓰기 팁 같습니다.
저는 제가 담고 싶은 글을 모르고 필사했습니다.
입시 전에는 시나 소설을 주로 필사했지만 1차 논술을 앞두고는 평론이나 감상 평 가릴 것 없이
이 정도라면 분석적 글을 전부 쓰겠다고 필사하고, 필사했습니다.
처음엔 많이 틀렸습니다. 그런데 틀렸다는 것이 곧 저의 언어관, 문법관, 글의 관점각도에서
어떤 연습이 필요했는지 알게 해주는 힌트를 주었습니다.
또한 논술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힘을 기르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2차 논술을 준비할 때는 제가 다져 놓았던 필사가 1차만 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소설적 글쓰기에서 영화적 글쓰기로 치환하는 일에 늘 애먹었습니다.
2차에서는 디테일과 완벽성에 욕심을 버리고 사건과 전개, 행동축에 주력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거울을 쓰는데 한 시간을 넘게 썼습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결말을 확실히 정하고 써 내려갈 수 있다면 길을 잃어도
마무리까지 된다고 생각합니다.
2차 글쓰기에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릴 수 있는 팁은 나를 믿는 힘입니다.
입시를 하며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믿을 것은 자신 뿐이고, 여러 현실적인 이유들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연속입니다.
저는 그런 순간마다 지금까지 왜 내가 꿈에 가까이 왔는지 모르는데도 참고 버텼습니다.
그리고 예술을 해야하다는 사명 아니었습니다. 예술을 하지 못하면 죽겠다는 일념으로
이것만 보이는 지경이라 그곳에 오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를 마주한다는 일, 창작적이고 관찰적인 이야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영화과를 준비하고 언어를 쓰는 것 외에 오히려 창작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그 과정들이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나의 관점에서 고독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들로 한층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제 인생의 챕터가 다시 쓰인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내 자신을 제대로 마주할 용기만 있다면 학원이라는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학원은 조직이지 모든 것을 도와줄 수는 없습니다.
자신을 믿고 정진하십시오.
처음 수업을 들으러 간 날부터 전문사, 예술사 입결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해 주셨던
송현현 선생님, 전문사를 준비하던 시기에 제가 좋지 않은 일로 휘청일 때 그래도 넘어 보자
용기를 주셨던 김종희 선생님, 비록 짧게 예술사 수업을 들었지만 제 작품 스릴 컷을 찍어
보게 해 주셨던 김영신 선생님, 늘 슬럼프 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희망을 주셨던
지현 선생님, 영화사를 들으며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여러 자료들과 도움을 주셨던
임지한 선생님, 마지막 날 부족한 제 자소서를 끝까지 성심성의껏 봐 주셨던 윤대원 선생님,
김혜인 선생님, 그리고 자주 만나 뵙지 못했지만 언제나 좋은 말씀만 해 주셨던
이상민 원장님께 감사합니다.